부패 불감증

부패 불감증

   
   

여주투데이
 
좀 지난 얘기지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의 공천 헌금 거부 수난이다. 이기수 여주군수가 2억원 뭉치를 기념품이라며 비서를 통해 그에게 건넨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이 의원이 돈에 맘이 없으면 그냥 돌려주면 되지, 굳이 경찰에 신고할 것까진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허나, 모르는 소리다.
돈뭉치를 건넨 현장에 당사자가 있을 경우엔 그 자리에서 돌려주면 그들 말대로 신고할 것까진 없다.
그런데 준 사람은 이미 현장을 떴다. 돈의 주인인 군수가 아닌 군수 비서에게 되돌려 주는 것은 행위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므로 뒤탈의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나중에 돌려줄 요량으로 가져간다면, 설령 뒤에 돌려준다 해도 법리상 일단은 받은 것이 된다.
차마 못할 일을 한 것은 경찰에 신고한 이 의원이 아니고, 이 의원을 황당하게 만든 이 군수다. 물론 이 의원이 2억원을 받아 챙겼으면 이 군수도 무사했다 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후환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어떤 경우는 돈뭉칠 안기는 것이 함정일 수도 있다. 이 의원과 이 군수가 평소 썩 매끄러운 관계가 아니었다는 말도 들리지만, 이번의 사실관계와는 별 상관없는 소리다.
관심사는 그 뒤의 일이다. 이 의원이 어느 지역 행사장에서 봉변 당한 달걀 세례가 단순히 지방선거 공천에 불만을 가진 소행이라면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돈뭉칠 경찰에 신고한 데 대한 불만의 감정이 깔린 행위라면 그 ‘부패 둔감증’이 놀랍다.
이 군수 사건 이후 나타난 사회적 반응은 대략 이렇다. 역시 경찰에 신고한 것은 너무했다는 것과 잘했다는 것의 두 가지다. 이 두 반응이 지배·피지배 두 계층으로 명료하게 구분되는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어느 지역사회든 힘깨나 쓰는 지역 유지들이 있다. 이런 유지계층은 대개 너무했다는 데 비해 서민계층은 잘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유지계층의 반응은 동병상련일 것이다. 끼리끼리 집단의 이권층으로 보는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러므로 유지층은 부정을 저지른 사람보다 부정을 신고한 사람을 미워한다. 반면에 이권과 무관한 서민층은 부정과의 타협을 거부한 것에 대리만족을 갖는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지역사회 지배층의 그 같은 동병상련은 이 사회의 ‘부패 둔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짐작게 한다. 쥐꼬리만 한 권력이나 행세하는 지위에서 갖은 협잡을 일삼으면서도 자신의 행실이 온당하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이 군수의 경우, 그를 아는 사람들 말을 빌리면 수원에서 낡은 중형 아파트에서 산다고 한다. 돈뭉치 사실을 가리켜 “그 친구 머리가 어떻게 돌았던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문제의 2억원 또한 친구에게 빌린 돈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돈을 빌려준 친구는 이 군수가 갑자기 돈 마련을 부탁해 여기저기서 끌어다 대준 것이 일이 이렇게 되어 낭패가 됐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법칙이 있다. 영국의 16세기 재정가 그레샴이 제창했다. 즉 같은 나라 안에서 실질가치를 달리하고, 동일한 명목가치를 갖는 화폐가 함께 쓰일 땐 양화는 저장돼 감춰지고 악화만 지불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이 의원의 경우를 이와 빗대어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는 양화의 서민층은 침묵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악화의 유지층은 소리가 요란하다. 이는 고질적 병폐다. 즉 사회병리현상이다. 이 의원이 겪은 수난 사례는 뭔가 잘못된 사회병리현상의 단면이다. 이 군수나 이를 비호하는 세력 또한 권력층이라고 한다면 이들의 ‘부패 둔감증’은 다른 범죄의 반사회성보다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부패는 사회적 가치관의 문란을 가져와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린다. 핀란드가 세계적인 강소국이 된 원천이 완전한 부패 추방에 있다. 부패에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예컨대 통치권력 부패, 국가권력 부패나 공무원 부패, 지역 부패나 국가사회를 좀 먹는 덴 다름이 없다.
이 의원의 수난은 그중 지역 부패에 둔감한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생각하게 한다.
/경기일보 주필 임양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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